[앵커]
이렇게 쏟아지는 스토킹 피해 사례가 내 일 같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.
가족과 직장에 해가 될까 신고도 엄두를 못내고, 수사기관에 찾아갔는데 좌절하기도 합니다.
피해자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.
용기 내 목소리를 낸 스토킹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제가 들어봤습니다.
[기자]
30대 이모 씨는 5년 전 같은 직장을 다니다 헤어진 연인으로부터 스토킹을 당했습니다.
[30대 스토킹 피해자]
계속 협박식으로 문자메시지 보내고 '나 죽겠다'.
아니면 '니가 죽을래, 내가 죽을까' 협박도 하고요.
이 스토킹범은 사내 전산망에 있는 이 씨 가족 연락처를 알아내 부모님을 협박하기까지 했습니다.
[30대 스토킹 피해자]
직장에서 부모님 전화번호가 등록돼 있기도 하거든요.
그러니까 저희 엄마한테까지 연락해서 만나게 해달라.
수사기관에 손을 내밀었지만 남녀간 다툼으로 치부하는 경찰 대응에 다시 상처를 받아야 했습니다.
[30대 스토킹 피해자]
“전 남자친구가 스토킹을 한다. 죽이겠다고 하고 집앞에 찾아와서 지금 차도 안 빼고 있다. 이야기하니까 (경찰이) "싸우셨어요?" 이런 식으로… 아무도 지켜주지 않으니까 그게 가장 힘들었어요.”
기혼자도 스토킹 범죄에서 안전한 건 아닙니다.
50대 B 씨는 정치인 팬클럽에서 알게 된 남성 탓에 퇴근길은 공포 그 자체입니다.
[50대 스토킹 피해자]
퇴근할 때 있는지 없는지 주위를 살펴봐요.
예전엔 바로 택시 타고 가면 되는데 택시가 안 잡히니까
오랫동안 기다리다 보면 납치될 것 같기도 하고.
눈치 보고 있다가 없으면 바로 뛰어서 버스 타고 그냥 가버리거든요.
급기야 직장까지 찾아왔지만, 가정과 직장 생활에 불이익이 갈까 신고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.
[50대 스토킹 피해자]
"보고싶으니까 왔지"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내 전화 왜 안받냐고. 우리 신랑한테 얘기하면 뒤집어지죠. 말 못하죠. 집에 찾아올까 봐.
신당역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만났습니다.
이번 사건 피해자와 같이 스토킹 피해를 경험한 추모객이 적지 않았습니다.
[신당역 살인 사건 추모 시민]
“제 이름부터 써클, 생년월일, 집 주소, 연락처까지 다 아는데 자꾸 연락이 오고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이라서. 그쪽으로 아예 지나다니지 못했던 적도 있어요.”
올해 상반기 스토킹 112 신고는 하루 평균 78.8건.
[신당역 살인 사건 추모 시민]
“문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.”
검찰과 경찰은 오늘에야 스토킹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기 위한 조치를 적극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.
[스토킹 피해자]
“가해자의 위치를 피해자가 알았으면 좋겠어요. 적어도 내가 죽지 않을 수 있잖아. 다치지 않을 수 있고. 신상 공개를 국민들이 알게 하는 게 아니라, (스토킹범이) 적어도 내 반경 어디에 들어오면 알람이 울린다든지 그런 거라도 있으면 좋겠어요. 지금도 여기 주위에 있을지 어떻게 알아요.”
<여인선이 간다> 였습니다.
연출 박희웅, 김인혜
제작 강전호
여인선 기자 insun@ichannela.com